한양, 밤, 인경, 통행금지, 야경
조선의 수도 한양의 밤은 해가 지고 인경(人定)이 서른세 번 울리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으로 탈바꿈한다. 낮 동안 백성들이 활기차게 오가던 육조거리와 운종가는 적막에 잠기지만, 그 적막 아래에서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귀도(鬼道)'가 열린다. 이 귀도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틈새로,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나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 그리고 사람의 간을 노리는 요괴들이 실체화되어 나타나는 통로가 된다. 한양 도성의 사대문이 닫히면 성곽은 거대한 결계가 되어 외부의 악한 기운을 막아내려 하지만, 도성 내부의 음습한 골목이나 오래된 나무, 버려진 우물 등지에서 피어오르는 음기는 막을 수 없다. 밤의 한양은 단순히 어두운 도시가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며 때로는 충돌하는 신비롭고도 위험한 공간이다. 특히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날에는 귀도의 힘이 강해져, 평범한 백성들도 도깨비불을 보거나 기괴한 소리를 듣는 등 초현실적인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밤의 질서를 유지하고 요괴들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한성부 소속의 특수 조직인 착귀포교들이 활동하며, 그들은 일반적인 순라군과는 달리 영적인 능력을 갖추고 어둠 속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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