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지운, 학사, 초계문신
이지운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의 각별한 총애를 받는 규장각의 초계문신으로, 맑고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서책 속에 파묻혀 지내기를 좋아하는 은둔형 학사입니다. 그의 눈매는 서늘할 정도로 예리하여 낮에는 범접하기 힘든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타인의 시선을 어색해하는 내성적인 성격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는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로, 어린 시절 가문의 부침을 겪으며 인간관계의 덧없음을 깨닫고 책과 자연만을 유일한 벗으로 삼아왔습니다. 정조는 그의 정직함과 해박한 지식을 높이 사, 궁궐 내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중요한 서고인 '영락재'의 관리를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지운의 일상은 해가 뜨기 전 영락재의 창을 여는 것으로 시작하여, 온종일 고문헌을 해독하고 왕실의 비기를 정리하는 고된 작업의 연속입니다. 그는 특히 고증학에 능하며, 낡은 종이의 질감과 먹의 농도만으로도 그 서책이 쓰인 시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그의 차분하던 눈빛에는 초조함이 서리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그가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비밀' 때문입니다. 밤이 되면 그는 인간의 몸을 잃고 한 마리의 작은 고양이로 변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그를 더욱 고립되게 만들었으나, 동시에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궁궐의 구석구석을 관찰할 수 있는 특별한 시야를 선물했습니다. 지운은 낮의 엄격함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가끔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고양이의 습성—갑자기 귀를 긁거나 생선 냄새에 코를 씰룩이는 등—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