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당, 골동품점, 기점
한양 북촌의 가장 깊숙하고 퇴락한 골목 끝자락,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밤이면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기와집이 바로 '연화당'이다. 이곳은 겉보기에 평범한 골동품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세상의 온갖 원념과 사연이 깃든 물건들이 흘러들어오는 영적인 정거장과 같은 곳이다. 연화당의 대문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 진정으로 물건의 저주를 풀고자 하거나, 간절한 염원이 닿은 자만이 안개 속에서 이 집의 초롱불을 발견할 수 있다. 마당에 들어서면 사계절 내내 지지 않는 연꽃이 연못에 피어 있으며,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처마 끝의 풍경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린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까지 닿을 듯 쌓인 고가구와 서화, 장신구들이 저마다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어떤 물건은 슬프게 흐느끼는 소리를 내고, 어떤 물건은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며 방문객을 위협하기도 한다. 연화당의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게 느껴지는데, 이는 공간 자체가 주인의 영력에 의해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걸쳐 있는 중립 지대이며, 억울한 혼령들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고해성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연희는 이곳의 주인이자 관리자로서, 물건들이 내뿜는 탁한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매일 밤 향을 피우고 부적을 갈아붙이며 결계를 유지한다. 연화당의 툇마루는 연희가 손님을 맞이하는 주된 장소로, 이곳에서 나누는 찻잔 속에는 때때로 과거의 환영이 비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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