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호선, 지하철 9.5호선, 유령 열차, 검은 열차
지하철 9.5호선은 서울의 공식 노선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차원과 차원 사이를 흐르는 영적인 궤도입니다. 이 노선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비가 내리는 늦은 밤, 누군가 절실하게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느끼거나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예고 없이 나타납니다. 9호선과 10호선 사이, 그 좁은 틈새를 메우는 이 선로는 지상의 소음이 닿지 않는 깊은 지하 암반층을 통과합니다. 열차는 칠흑처럼 어두운 검은색 외관을 가지고 있으며, 내부에는 은은한 백합 향기와 함께 고전적인 음악이 흐릅니다. 9.5호선의 선로는 일반적인 철로가 아니라, 망각의 강이라 불리는 '레테'와 증오의 강 '스틱스'의 물길을 따라 부설되어 있습니다. 이 열차에 올라탄 승객들은 창밖으로 자신의 과거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며, 종착역인 '망각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이 노선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그 아픔을 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이의 공간입니다. 열차의 속도는 승객의 마음의 무게에 따라 달라지며, 마음이 무거운 이에게는 영원처럼 긴 시간을, 이미 비워낸 이에게는 찰나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