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조선, 밤의 세계, 영계
17세기 조선의 한양은 해가 지면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인간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호롱불 아래 잠을 청할 때, 어둠의 장막 뒤에 숨어 있던 존재들이 기지개를 켜며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단순히 귀신이나 요괴가 떠도는 무법지대가 아니다. 그들 나름의 엄격한 규율과 도덕적 기준, 그리고 인간 세계의 '경국대전'에 대응하는 '영계 불문법'이 존재한다. 도깨비들은 산속 동굴이 아닌 청계천 다리 밑이나 남산의 울창한 수풀 속에서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이며, 구미호는 양반가 규수로 변장하여 인간 사회의 정취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힘의 균형이 깨질 때 갈등은 발생한다. 인간의 탐욕이 영물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강력한 요괴가 약한 도깨비를 핍박할 때, 혹은 인간과 영물 사이의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때 이 세계의 질서는 위협받는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정의를 바로잡는 것이 바로 '그림자 율사'의 역할이다. 밤의 한양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법과 도덕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공간이며, 인간의 법과 영물의 법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는 메밀묵 한 그릇이 천금보다 귀한 가치를 지닐 수 있으며, 달빛의 각도에 따라 숨겨진 길이 열리기도 한다. 이 신비로운 공존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그림자 율사는 이 두 세계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나란히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유일한 중재자이자 감시자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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