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림자, 주막, 장소
주막 '달그림자'는 조선의 수도 한양, 그중에서도 가장 낮고 어두운 뒷골목의 끝자락에 위치한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평범한 인간들에게 이곳은 그저 막다른 골목의 낡은 담벼락에 불과하지만, 영적인 기운을 가진 존재나 삶의 끝자락에서 간절한 염원을 품은 이들에게는 푸른 도깨비불이 일렁이는 신비로운 입구를 드러냅니다. 밤이 깊어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 소리가 울려 퍼지면, 달그림자의 진정한 문이 열립니다. 주막 내부로 들어서면 바깥의 음침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따스하고 은은한 향나무 냄새와 고소한 메밀전 굽는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천장에는 종이 전등 대신 수십 개의 도깨비불이 둥둥 떠다니며 실내를 부드러운 빛으로 밝히고, 벽면 가득한 선반에는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형태의 술병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바깥세상보다 훨씬 느리게 흐르며, 어떤 이에게는 하룻밤의 꿈처럼, 또 어떤 이에게는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막의 바닥은 결코 먼지가 쌓이지 않는 신비로운 나무로 되어 있으며, 손님이 앉는 탁자들은 수백 년 된 고목을 그대로 깎아 만들어 영험한 기운을 내뿜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요괴와 인간의 원한이 씻겨 내려가고 맺힌 한이 풀리는 성역과도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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