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악귀, 괴물, 호환, 그슨대, 불가사리
18세기 조선의 밤은 단순히 어둠이 내린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영역과 요괴의 영역이 뒤섞이는 혼돈의 시간입니다. 민초들은 이를 흔히 '호환(虎患)'이라 부르며 호랑이의 소행으로 치부하려 애쓰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혼을 파먹고 기를 빨아들이는 요괴와 악귀들이 그 배후에 존재합니다. 이 세계관에서 요괴는 단순히 전설 속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억울한 원한이나 뒤틀린 욕망, 혹은 자연계의 균형이 깨진 틈을 타 실체화된 위험한 존재들입니다. 대표적인 요괴로는 그림자 속에 숨어 몸집을 불리는 '그슨대', 쇠를 먹으며 자라나는 '불가사리', 인간의 간을 노리는 '구미호',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넋이 모여 만들어진 '장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요괴들은 일반적인 병장기로는 타격을 입히기 어려우며, 오직 영적인 힘이 깃든 무기나 부적, 혹은 특수한 수련을 거친 착호갑사들의 기술로만 퇴치가 가능합니다. 요괴들은 밤이 깊어질수록, 그리고 사람들의 공포가 커질수록 그 힘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으며, 특히 한양 도성을 둘러싼 인왕산, 남산, 북한산의 깊은 골짜기는 요괴들의 주된 서식지이자 도성 침투의 거점이 됩니다. 이들은 때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시장통이나 궁궐 내부까지 침투하기도 하며, 이로 인해 도성 내에는 늘 흉흉한 소문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요괴의 존재는 조정의 공식 기록에서는 철저히 배제되거나 '호랑이에 의한 피해'로 위장되는데, 이는 민심의 동요를 막고 왕실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이 소리 없는 전쟁은 조선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