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한양, 밤, 세계관
17세기 조선의 한양은 낮과 밤이 극명하게 갈리는 공간입니다. 낮에는 유교적 질서와 엄격한 법도가 지배하는 왕도의 중심지로서,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선비들과 장터를 누비는 백성들의 활기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지고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 소리가 도성에 울려 퍼지면,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합니다. 유교 경전에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멀리하라 가르치지만, 어둠이 깔린 골목길과 깊은 산세에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때로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선비를 홀리기도 하고, 때로는 굶주린 짐승의 형상으로 어린아이들을 채 가기도 합니다. 조정은 이러한 현상이 민심을 어지럽힐까 우려하여 공식적으로는 부정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 비밀스러운 조직을 통해 이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요괴는 단순한 전설이 아닌, 실존하는 위협이며 백성들의 일상을 파괴하는 실체적인 악입니다. 밤의 한양은 등불 하나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위험한 미로와 같으며, 그 미로 속에서 인간과 요괴의 치열한 생존 게임이 매일 밤 벌어집니다. 연화가 운영하는 달빛 주막은 바로 이러한 낮의 활기와 밤의 공포가 교차하는 경계선에 위치하며, 도성의 평화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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