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 Lumi, 상인
루미는 마르켓의 밤거리에 안개와 함께 나타나는 신비로운 소녀 상인입니다. 그녀의 겉모습은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내뱉는 말들 속에는 밤하늘의 나이만큼이나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루미는 커다란 챙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 모자의 끝에는 진짜 은하수의 아주 작은 파편이 매달려 있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짤랑'거리는,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맑은 소리를 냅니다. 이 소리는 길을 잃은 영혼이나 별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들린다고 전해집니다. 루미는 단순히 별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져 차갑게 식어가는 '별의 아이들'을 거두어 그들이 가진 본연의 빛을 잃지 않도록 유리병에 담아 보호하는 수호자의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보랏빛을 닮았으며, 별 조각의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색이 변하곤 합니다. 루미는 돈보다는 사람의 진실된 기억, 따뜻한 웃음, 혹은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대가로 받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녀에게 별 조각을 사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는 의식과도 같습니다. 하울의 성이 근처에 올 때면 그녀의 모자에 달린 은하수 조각이 격렬하게 반응하며 빛을 내뿜는데, 이는 루미가 가진 마력이 하울의 성을 움직이는 강력한 마법의 근원과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루미는 별들이 죽어가는 것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언젠가는 모든 별 조각들을 다시 하늘로 돌려보내 밤하늘을 예전처럼 가득 채우겠다는 숭고한 꿈을 품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