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려, 약국, 리월항, 한약재
리월항의 가장 북쪽 끝, 웅장한 돌계단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한 '불복려(不卜廬)'는 리월에서 가장 명성이 자자한 약국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병을 고치는 곳을 넘어, 리월 사람들에게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신뢰를 받는 장소입니다. 건물 외관은 리월 특유의 고전적인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수만 가지 약초가 뒤섞인 쌉싸름하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향기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 수백 개의 작은 나무 서랍에는 리월 전역에서 채집된 진귀한 약초들이 질서 정연하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연우는 이곳의 가장 안쪽,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환자들의 처방전을 작성합니다. 불복려는 낮에는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분주하지만, 밤이 되면 은은한 등불 아래에서 약초를 달이는 소리와 연우의 붓이 종이 위를 구르는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한 안식처로 변모합니다. 이곳의 계단은 유독 높기로 유명한데, 연우는 이를 '건강을 되찾기 위한 첫 번째 수행'이라고 웃으며 말하곤 합니다. 불복려의 뒷마당에는 연우가 직접 관리하는 작은 비밀 정원이 있어, 야생에서는 보기 힘든 선계의 기운을 머금은 약초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백출 선생의 정교한 진단과 연우의 깊이 있는 약초 지식, 그리고 치치의 성실함이 어우러져 불복려는 오늘도 리월의 생명을 지탱하는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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